[엡 2:1-22] 살리시는 하나님
페이지 정보
본문
살리시는 하나님
최정식 | 리빙교회 담임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에베소서 2:1)
죽은 사람에게 “일어나!”라고 외쳐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고, 아무리 흔들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남자 주인공이 차가운 바다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을 거둔 뒤, 여자 주인공이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손을 흔들어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2003년 북미 대정전 때도 전력망이 끊기자 집 안의 스위치를 아무리 올려도 불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근원이 끊어지면, 그 어떤 노력도 헛수고일 뿐입니다.
본문은 바로 이 죽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육신은 지금 살아 숨 쉬고 있을지라도, 하나님을 향해서는 전혀 반응할 수 없이 영적으로 완전히 죽어 있었음을 바울이 선언하고 있습니다.
1. 아, 내가 죽었구나!
에베소서 2장 1–3절은 인간의 영적 실상을 정확하게 보여 줍니다.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르며, 육체의 욕심을 따라 살던 우리의 모습이 곧 '허물과 죄로 죽은 상태'의 특징입니다. 바울은 바로 이 생명 없는 죽음을 고발하며, 우리가 “본질상 진노의 자녀”라고 말합니다.
이 영적 죽음은 첫 사람 아담의 불순종으로 인한 하나님과의 단절에서 왔습니다. 죄로 인해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을 찾거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거나, 자신의 힘으로 새 생명을 조금이라도 만들어 낼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롬 3:10-11, 8:7-8). 하나님을 향해서는 아예 반응조차 할 수 없는 맥박도 호흡도 없는 상태, 즉 생명을 완전히 상실한 죽은 시체와 같은 것이 바로 우리의 참담하고 비참한 영적 상태인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더 많은 지식, 종교적 행위, 도덕적 열심이 아닙니다. 그 무엇도 하나님과 단절된 이 상태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오직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즉 그 보혈의 공로만이 죽은 자를 살리는 유일한 생명입니다. 바울이 서두를 '영적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소망 없는 시체였음을 뼛속 깊이 알아야, 나를 건지신 그 보혈의 은혜가 얼마나 놀라운지 온몸으로 실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2. 하나님이 살리셨다!
그런데 에베소서 2장 4절에서 복음의 가장 위대한 반전이 선포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소망 없는 시체였던 우리, 누구도 자기 힘으로 무덤을 열고 나올 수 없는 그 상태에 있는 우리를 바로 그때, 먼저 찾아오셨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크신 사랑"과 “긍휼의 풍성함”으로 우리를 살리셨습니다(엡 2:4). 하나님의 '크신 사랑(πολλὴν ἀγάπην, 폴렌 아가펜)'은 단순한 애정이 아니라, 보통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측량할 수 없고 멈추어 서지 않는 ‘압도적이고 거대한 사랑의 분량’을 뜻합니다. 또한 하나님은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하늘에 앉히셨습니다(엡 2:5-6). 우리가 그리스도의 부활 생명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우리를 높이신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내 안의 열심이나 결단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새 생명을 주신 은혜에서 온전히 비롯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은혜입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구원은 우리에게서 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선물이며,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므로 누구도 자랑할 수 없습니다(엡 2:8–9). 그렇기 때문에 은혜로 구원을 받은 자로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 받은 새로운 피조물로 살아가야 합니다(엡 2:10). 그러므로 우리의 삶은 자랑의 삶이 아니라, 은혜에 감사하여 순종하는 삶입니다.
3. 이제 새 생명을 가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처럼 은혜로 살아난 성도에게 바울은 에베소서 2장 11절에서 “그러므로 기억하라”고 엄숙히 권면합니다. 우리는 과거에 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이스라엘 나라 밖의 사람이요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 외인이요 세상에서 소망이 없고 하나님도 없는 자들이었습니다(엡 2:12). 이 비참했던 영적 출신을 뼛속 깊이 기억할 때, 우리는 신앙의 공로의식과 교만에서 온전히 벗어나 오직 감사와 겸손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자기 육체로 원수 된 것, 곧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시고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셨습니다(엡 2:14-15). 십자가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가로놓인 세상의 모든 장벽까지 단번에 부수어 버렸습니다. 그러므로 구원받은 자의 삶은 혼자만 은혜를 누리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는 출신과 문화, 언어와 경제적 형편, 성격과 신앙 연수의 차이를 이유로 서로에게 결코 벽을 세울 수 없습니다. 우리를 살리신 그 크신 은혜를 깊이 기억할수록,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교회, 거룩한 공동체로 지어져 가게 됩니다(엡 2:21-22).
나가며
은혜를 기억합시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굳게 하나 되어 살아갑시다. 생명의 근원이신 그리스도께 다시 연결된 자로서, 들은 말씀을 삶으로 실천합시다.
- 매일 아침 내가 본래 하나님도 없고 소망도 없던 자였음을 기억합니다.
- 마음속에 그어 놓은 은밀한 경계선을 허물고, 비판의 언어를 멈춥니다.
- 소외된 이에게 의도적으로 자리를 내어 줍니다.
- 내 권리를 자발적으로 내려놓고, 차이를 성전의 재료로 받아들입니다.
- 막힌 담을 대신 허물어 주는 중보기도를 합니다.
- 공동체의 결정에서 내 유익보다 하나 됨을 우선하고, 소그룹에 속하며, 가정과 일터에서 화평을 만드는 자로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에베소서 2장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 죽었음을 인정합니까? 그리고 그 죽음 속에서 오직 하나님만이 당신을 살리셨음을 믿습니까?” 그렇다면 그 은혜를 기억하며, 그리스도께서 허무신 담을 다시 쌓지 맙시다. 서로를 품고 함께 지어져 가며, 성령 안에서 하나님께서 거하실 거룩한 처소로 세워져 갑시다 (2:22).
(2026년 9월 6일, 리빙교회 목양실에서)
- 이전글[엡 3:1-13] 이방인도 함께 상속자가 되다 26.09.13
- 다음글[에베소서 1:9-14] 마침내 드러난 구원 비밀 26.09.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